[단독] "삼성 방사선 사고 장비, 2016년부터 교체요구… 회사 묵살"

[위기의 삼성 ②-방사선 사고를 대하는 삼성의 민낯] 피해자 이용규씨 "파트장, 기계 재가동에만 관심… 정말 비인간적"

2016년부터 장비교체 요구.

그는 2012년 8월 삼성전자에 들어왔다. 열악한 기흥사업장에서도 묵묵히 일만 했다. 8인치 라인의 설비장비를 맡아 일하면서 그의 고민은 깊어갔다. 장비 노후화에 따른 고장수리 등이 빈번했다. 장비 제조업체 직원들도 이씨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이씨는 "2016년부터 장비교체를 회사에 이야기했었다"면서 "하지만 회사는 어떻게든 '살려서 쓰라'는 압박을 해왔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아예 집을 평택으로 옮겼다. 새롭게 지어지는 평택사업장에 엔지니어가 필요했고, 그 역시 근무지 변경을 회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인사발령을 거부했다. 이씨는 평택에서 기흥으로 원거리 출퇴근을 해가며, 노후 장비와 씨름을 계속해야 했다. 그 와중에 방사선 피폭사고까지 입었다.

"지금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도 제가 알아보고 들어온 곳이에요. 치료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치료비가 500만 원 넘게 나왔어요. 병원에선 치료비 정산을 다그치고, 비용이 감당이 안되겠더라구요. 와이프 통해서 카드론이라도 빌려서 일단 막고… 산재신청은 했지만, 시간도 걸리고요."

그는 현재 손가락의 피부재생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이미 죽은 피부에 대한 외피를 제거하고 피부를 재생하는 것에 국한된 것"이라며 "손가락 관절이나 뼈에 대한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병원 쪽에선 향후 양쪽 손가락 가운데 피폭 수준이 심한 7개의 절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요. 산재 신청 해준 것, 원자력병원에 통원치료 때 구급차 태워준 것, 음료수 몇 잔 사주고, 밥값 좀 주고… 형식적으로 마지못한 느낌을 받았죠. 배신감을 느끼죠. 그렇게 일만 했는데…"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20대 삼성전자에 들어와 12년 넘게 오래된 반도체 장비와 시간을 보냈다. 회사도 그의 노고를 인정해, 20여 건에 달하는 상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회사를 믿고, 오로지 일만 했던 그였다. 하지만 지난 2달여 동안 회사에 대한 신뢰는 산산히 부서졌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이씨와 별도 면담을 통해, 회사의 무책임한 대응을 확인하고 "더 이상 비용절감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현국 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사고로 삼성전자의 무책임한 대처와 부적절한 대응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사고 책임자와 허위보고서 작성자 등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쪽은 "피해직원이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치료비 지원 등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해자의 주장"이라며 "회사는 피해 직원의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27만 삼성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삼성은 과연 가족들에게 '우리 사업장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도 기흥사업장의 반도체 라인에 삼성 가족들이 서 있다.

https://v.daum.net/v/2024082817330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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